평일에도 오픈런…'전시 비수기' 이겨낸 들라크루아展

입력 2023-12-29 18:05   수정 2024-01-08 16:11


겨울은 미술·전시업계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다. 날이 추워지면 전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뚝 끊겨서다.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상당수 미술관과 갤러리는 아예 문을 닫고 봄 전시 준비에 ‘올인’한다.

하지만 이런 미술 전시 비수기에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‘오픈런’이 벌어지는 전시가 있다.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‘미셸 들라크루아, 파리의 벨 에포크’ 전이다. 1930년대 중후반 프랑스 파리의 풍경을 따뜻한 색채로 그린 들라크루아의 국내 첫 전시다.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서 ‘이달 인기 전시 랭킹 1위’를 차지한 바로 그 전시다.

이 덕분에 개막 열흘 만에 2만 명(휴관일 제외·29일 기준 약 2만5000명)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. “이렇게 빨리 2만 명을 넘어선 전시는 성수기에도 흔치 않다”(예술의전당 관계자)는 설명이다. 올겨울 ‘최고 인기 전시’로 거듭난 들라크루아의 세 가지 매력을 정리했다.
(1) 연말 느낌 물씬…따뜻한 ‘나이브 아트’
들라크루아의 첫 번째 인기 비결은 ‘연말 분위기’와 어울린다는 데 있다.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 눈싸움하는 아이들, 그 옆에서 우산을 쓰고 걷는 연인들…. 크리스마스 카드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화가 200점 넘게 걸려 있다. 파리의 겨울과 크리스마스 풍경을 담은 4~5번 전시장에서 이런 분위기는 배가된다.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 이틀 동안 5000명 넘는 관람객이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보러 온 이유다. 여기엔 들라크루아 특유의 ‘나이브 아트’ 기법도 한몫했다.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순수하고 동화 같은 붓 터치가 돋보이는 기법이다. 무엇을 그렸는지,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뭔지 알기 힘든 추상화와 달리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.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 세계에서 그의 작품이 사랑받는 배경이다.

예술의전당 관계자는 “들라크루아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그림”이라며 “가족 단위 관람객을 잡은 게 전시의 흥행 요소”라고 했다.
(2) ‘낭만의 도시’ 파리로 떠나는 여행
낭만의 도시 파리가 건네는 매력도 있다. 들라크루아 그림의 주 배경은 1930년대 중후반의 파리 도심. 1933년생인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. 에펠탑부터 개선문, 샹젤리제 거리, 오페라 광장까지 파리에 가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할 만한 명소가 많다.

마치 파리를 여행하는 느낌이 들도록 각 전시장에 ‘정거장’이란 이름표를 붙였다. 정거장마다 걸린 그림 앞에서 “맞아, 여기 가봤었지”라며 파리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. 아직 파리에 가보지 못한 관람객이라면 들라크루아가 그림으로 찍어준 파리의 ‘필수 여행코스’를 눈에 담으면 된다. 훗날 써먹을 일이 있을 테니.
(3) 향기와 그래픽으로 몰입감 두 배
‘미셸 들라크루아, 파리의 벨 에포크’ 전에는 실제 파리에 온 것 같은 몰입감을 주는 요소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. 1~3번째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로 맡을 수 있는 향기가 대표적이다. 벨 에포크 때 활동한 세계적 디자이너 코코 샤넬에게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.

크리스마스 트리를 그린 5번째와 8번째 전시장엔 숲속 나무 향이 가득하다. 전시를 위해 조향사가 특별 제작한 디퓨저를 배치한 덕분이다. 겨울을 배경으로 한 5~6번째 전시장에선 함박눈 속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. ‘프로젝션 매핑’(벽을 스크린 삼아 프로젝터로 동영상을 쏘는 기법)으로 만든 효과다.

전시장 마지막에 있는 ‘굿즈’ 섹션도 인기다. 작품이 그려진 엽서, 포스터, 마그넷, 배지 등 다양한 기념품을 통해 집에서도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즐길 수 있다. 이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엽서는 지금껏 1만2000여 장이 팔렸다. 관람객 두 명 중 한 명꼴로 엽서를 구입한 셈이다.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열린다.

이선아 기자 suna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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